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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형여자가 AB형남자를 만났다
    생각들 2019. 1. 5. 22:56





    O형여자와 AB형남자가 소개로 만났다. 

    O형여자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AB형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빠르게 호감을 가진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다는 것은 외모나 성격에 모두 적용되는 듯 했다. 대화를 해보니 AB형남자는 외모를 가꾸는 것에 관심이 많지만 화려하기보다는 성격처럼 깔끔함을 추구하며 세련된 스타일로 꾸미는 스타일인듯 하고, 필요한 말만 하고 말을 아끼는 성격으로 보여 진중하고 믿음직스럽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관계를 이어갈수록 O형여자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첫 만남을 포함해서 어색하고 서로 조심스러운 몇 번의 만남을 거쳐 친해지려나 싶었는데, AB형 남자는 시큰둥한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연락을 하지 않고 관심이 없어보이는 모습에 O형여자는 답답하고 애가 탄다. 그래서 관계 진전에 대한 갈망을 나타내면 AB형남자는 대답을 회피하거나 얼버무리며 넘어간다. 차라리 yes or no 같은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은 O형여자는 이도저도 아닌듯한 대답에 더 속이 탄다. 그래서 더 어떤 쪽으로둔 표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둘러표현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AB형남자는 어쩐지 더 멀어지는 것 같다. O형여자는 이런 태도는 이 관계에 독이라는걸 직감하면서도 마음은 아니어서 언행이 엇나가기 시작한다. AB형남자의 행동들에 알게모르게 상처를 받아 똑같이 쿨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미 호감을 가졌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크게 휘둘린다. 왜 날 안좋아하지? 내가 별로인가. 내가 먼저 감정표현을 하면 꺼려하는 것 같긴한데, 그래도 대화를 해야 알지. O형여자가 홀로 이런 감정싸움을 하고 있을 때, AB형남자는 아무 관심이나 생각이 없는것처럼 보여진다. 


    사실 AB형남자가 먼저 메세지를 보내고 전화를 하고 있다면 그건 관심의 표현이다. 게으르다고 느껴질만큼 매사에 관심이 없고 귀찮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 타입인 만큼 자신의 시간을 들여 타인에게 연락을 하고 있다면, 분명히 호감있다는 표현이다. 다만 그 빈도나 정도가 O형여자에겐 부족할 뿐. O형여자는 진중한것도 좋지만 AB형남자가 자신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보여줬으면 한다. 


    정말 의외인 점. 그렇게나 진중하기만 해보였던 AB형남자는 대화에서 진지하거나 심각한 이야기로 빠지는 것을 싫어하고 장난식의 농담을 자주 한다. O형여자는 여기서 다시 헷갈리기 시작한다. 별 관심은 없는 것 같은데 뜬금없이 툭툭 장난을 치고 조금만 진지한 분위기가 생기면 뒤로 쑥 빠져버리는 AB형남자. 나랑 뭐하자는거지? 친구하자는건가? 연애할 생각은 없고? 알 수 없다, 특이하다는 생각과 함께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떨쳐버리지는 못한다. O형여자는 감정에 솔직하고 직진하는 타입으로 한 번 마음을 준 상대에게 일단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AB형남자가 어떻게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게 할까 고민을 하며 마음을 끓인다. 한편으로는 연애에 있어서 조급한 자신의 모습이 낯설기도 해서, 애써 부정해보기도 하고 마음을 바꿔보려 하기도 한다.


    그런 감정싸움의 반복이다.

    좋아한다는 표현을 해도 시큰둥한 그 반응에 적응을 하고 싶지만 적응이 되지 않는 O형여자는 점점 힘들고, 차분하게 자신의 페이스만 유지하는 AB형남자는 그런 여자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일상적인 대화가 지루하게 이루어질것이다. 감정적이고 때론 충동적인 연애를 원하는 O형여자와 가볍고 캐주얼한 친구같은 사이로 시작하길 원하는 AB형남자. 이 둘의 대화는 잔잔한 강물처럼 잘 흐르다가도 폭포를 만난듯이 순식간에 끊기기 쉽고 날씨얘기, 식사메뉴얘기, 출퇴근얘기만 반복되기 쉽다. 진지한 얘기는 남자가 싫어하고 너무 가벼운 농담식의 대화를 계속 받아주는것엔 여자도 한계가 있다. 대화 사이에 뜬금없이 툭툭 던져지는 AB형남자의 밑도끝도 없는, 특유의 시니컬함이 배인 장난말에 O형여자는 이제 슬슬 짜증이 난다. 연애상대로서의 관심이 없다고 거의 확신을 가져버리게 되니 모든 게 화나고 서럽다. 그런 O형여자가 이해되지 않는건 AB형남자도 마찬가지다. 자기딴에는 노력을 한건데 상대방은 부족하다고 표현하니 답답하지만, 그것에 크게 마음을 쓰거나 맞춰주는 성격은 아니기에 혼자 그냥 슬슬 식어버린다.


    솔직히 말하겠다. 이 글을 쓰고 읽고 공감하는 것은 O형여자 뿐 일 것이다. 사실 100% 확률로 모든 AB형남자가 위에 적힌 성격과 일치한다고 볼 순 없지만 지금까지 무수한 공감을 하며 읽어내린 O형여자라면 직감적으로 알 것 이다. 이런 분석이나 감정적인 문제를 우리만 걱정하고 있다. 이 시간에 그 남자는 자신의 일을 하고 친구들을 만날 뿐 이런 글을 찾아보거나 궁금해하지 않을것이다. 자신이 그렇기에, 상대방의 감정도 식었으려니 생각할지 모른다. 위의 성격을 가진 AB형남자와 이미 헤어진후라면 그 남자는 우리를 절대 돌아보지도 않을 것이며, 그걸 우리도 직감적으로는 알고 있다. 이성적으로는 알겠는데 감정적으로는 아니다. 알고나니 이해되고, 끝나고 나니 후회된다. 그때 조금 더 내 감정을 강요하지 말걸. 나 혼자 안달아서 너무 밀어붙였구나. 나한테 한번씩 툭툭 던지던 연락이나 전화가 관심의 표현이었는데 그걸 모르고 부족하다고 툴툴댔으니 그 사람한테 난 애처럼 칭얼거린 꼴이었겠구나. 조금 더 기다려볼걸. 조금만 시간을 가지고 기다린다면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는데. 


    사실 혈액형같은 것엔 큰 관심을 안두다가, 너무 속이 답답해서 찾아봤는데 AB형남자의 성격을 읽고 폭풍공감을 쏟아내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내가 그랬던 경우다. 생각해보면 위에 적은 얘기는 O형여자와 AB형남자가 아닌 어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어느 혈액형의 여자가 어느 혈액형의 남자를 만나든 이런 관계가 생길 수 있다. 다만 더 잘해볼 수 있었다는 후회가 깃든 미련과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그 행동들을 혈액형별 성격이라는 틀이라도 적용해서 이해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찾아 읽으면서 크게 공감도 되고 나의 경우엔 너무 후회스러운 마음이 컸다. 심지어 혈액형별 성격이라는 걸 더 일찍 찾아볼걸 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랬다면 지금쯤 그 사람과 돈독한 연인관계가 되어있진 않을까, 라는 생각에.


    감히 말하겠다. 

    그런 생각은 이제 하지말자. 


    나는 오래된 관계에 있어서는 깊고 돈독하지만 새로운 관계에선 여전히 서툴다. 만나는 사람마다 관계가 원만히 이루어지는 건 있을 수 없다지만, 내가 좋아하게 된 사람이니까 어떻게든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관계의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 이유를 모두 내 탓으로 돌렸다. 그 때 내가 더 참을걸. 하지만 그건 다 지나서야 드는 생각이고, 그 때의 나는 그 말을 꼭 했어야 했다. 대답을 듣고 싶고 확신을 받고 싶었다. 가슴이 터질듯 답답했고 아무렇지 않은 말에 상처받는 내 자신이 처량하고 서러워서 말해야했다. 그게 솔직한 내 모습이고 내 감정이었다.


    아직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고 몇년 후 까지도 끝끝내 후회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이제부터 내 탓은 그만 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상대방탓을 하려는 건 아니다. 내가 이렇듯 그 사람도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있었을텐데, 그저 잘 맞지 않았던 것 뿐이다. 내가 좀 더 맞춰줬으면 결국 그 사람이랑 잘됐을까, 라는 생각을 지금 쓰는 순간에도 하고 있다. 미련은 끝이 없다. 그만큼 좋아했다. 그렇지만 상대방에게 모든것을 맞추는 것은 좋은 사랑이 아니라고 모든 사람들이 말한다. 그런 관계는 집착으로 타락하고 엉망이 되기 쉽다. 결국 끝에가서는 이렇게까지 노력한 자신을 몰라준 상대방이 원망스러워질 뿐만 아니라, 당당히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쩔쩔맸던 나를 미워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렇게 끝이 날걸 나는 하고싶은 말도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끝이 났네, 하는 생각에 또 다시 자기혐오에 빠질 수 있다. 


    나로 살아가는데에 있어서 내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일 만큼은 있어서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짐한다. 이제 내 탓은 그만하고 나와 같은 템포로 걸어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을 만나보기로. 조금 더 마음에 여유를 갖고 조급해하지 않고, 나의 좋은 점만 끌어올려 자유롭게 표현하며 지낼것이다. 누가봐도 견고하고 아름다운 자기애를 가진다면 어떤 관계이던 삶에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그 관계의 끝이 좋던 나쁘던 말이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와 함께한 친구들이 항상 내게 해주는 말들이 있다. 


    너는 참 좋은 사람이다. 너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인데 가끔 자신한테만 너무 가혹한 것 같기도 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너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부터 하지 말고 흘러가듯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한다. 너는 너대로 살아갈뿐, 아무 잘못이 없다. 너를 제대로 알아봐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 안에 모든 정답이 있었다는걸, 이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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